• shan0750

감나무 아래서 익어가는 우리 마을 사람들 | 감나무가 부르면


여러분은 어릴 적 마을 언덕에 있는 감나무 아래 모여 감을 따 본 적이 있나요? 기다란 막대기로 감나무 가지를 톡 하고 부러뜨리면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감이 툭 하고 떨어지지요. 감나무 아래서 감을 따던 아이가 커서 이젠 아이 엄마도 되고 작가도 되었지만, 그때 그 아이는 아직도 감나무 밑을 서성거립니다.

첫 그림책 《너는 누굴까》에서 파스텔 하나로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넘치는 그림을 선물하며 우리를 웃음 짓게 했던 안효림 작가가, 이번에는 더욱 부드럽고 따스한 가을을 안고 찾아왔습니다. 바로 《감나무가 부르면》이라는 그림책입니다.


커지고

노래지던

감 하나가 툭!

가을이 왔다.


감나무가 부르면

가장 낮은 감은 세 살 은수가 두 손 모아 따고

쳐다만 봐도 목이 아픈 감은 만식이 형이 박수 받으며 딴다.




연푸른빛의 감잎들 사이에 주황빛 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와 함께, 동네 사람들의 웃음소리 가득한 시 한 편이 가을바람처럼 스며듭니다. 동네 사람들도 참 가지각색입니다. 개구쟁이 꼬마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여들었고, 감나무 주인 박 씨 아저씨도, 시인 삼촌도, 돈 많다고 소문난 연지 아빠도 이렇게 저렇게 감을 땁니다. 정말 동네잔치가 따로 없습니다.

이렇게 딴 감으로 단감도 만들고, 곶감도 만들었습니다. 잘 익은 홍시는 이가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 드시라고 먼저 드렸지요. 단감은 아삭아삭 씹는 맛이 시원하고, 곶감은 쫀득쫀득 달콤합니다. 홍시는 입에 가득 묻히며 먹어도 누구하나 나무라는 사람 없었지요.



감나무가 있던 자리, 물빛 가득한 마음속 자리

그림책에 담긴 한 그루 감나무는 푸른 잎사귀와 감이 가득하게 첫 장을 엽니다. 감이 익고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감을 따는 장면이 흐를 때에도 감나무는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킵니다. 영화로 치면 카메라를 한 번도 끊지 않고 줄곧 감나무를 비추는 롱 테이크 기법처럼 말이지요.

그렇게 아름답게 자리를 지키던 감나무는 마지막 감 하나만 남기고, 연지는 그 감과 인사를 나눕니다. 마지막 감마저 떨어진 감나무는 이때부터 조금씩 모양을 바꿉니다.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모양만 바꿉니다. 바뀐 감나무는 어느새 물이 되고, 강물이 되고, 호수가 되지요.


봄,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가을이 지나갔다.


아이는 어른이, 어른은 노인이 되었다.

감나무가 있던 곳도 바뀌었다.





푸르던 감나무는 이제 푸른 강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어른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안효림 작가가 그린 그림은 겨우 감나무 하나뿐이지만, 이 그림책을 보는 이들은 이 감나무 하나로 정겹고 아름답던 마을과 사람들을 모두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립고 정겨운 것들이 우리 눈앞에서 모두 사라져도 마침내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안효림 작가는 우리에게 이 물음을 던지고 싶었나 봅니다.

조회 0회

  • FaceBook
  • agewgawsedgadsg
  • Instagram

© 2018 by KINDER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