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han0750

그리움을 세운 담벼락 | 담

짧은 글, 담백한 그림, 기나긴 이야기



지경애 작가의 [담]은 무척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그림도 한눈에 휙 넘겨도 될 만큼 담백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 그림책 한 권을 만드느라 꼬박 다섯 해라는 꽤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밤새 별들 안아 주던 담처럼 아이 마음을 안아 주는 꿈

첫 그림책이어서 그렇기도 했지만, 이 책 안에 담고 싶은 이야기가 무척 많아서였습니다. 작가가 보낸 어린 날들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글을 짧고 쉽게 쓰기도 어려웠지요. 그림은 아련하면서도 마치 담을 만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아크릴 물감을 바르고 찍는 작업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습니다. 고양이는 먹물로 그려보고 싶어 고양이를 키우는 작가의 도움을 얻어 자유로우면서도 다른 그림과 잘 어울릴 수 있게 표현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고양이를 따라가며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고양이에 얽힌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이 책의 첫 장을 고양이가 엽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골목 고양이 책이기도 합니다.



지경애 작가는 초등학생 아들과 늦둥이 딸을 둔 엄마입니다. 아파트에 살다 보니 아이들한테 미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작가가 어릴 때에는 마을에 아이들이 있고, 골목과 담벼락이 있어서 쉽게 밖에 나와 놀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낡은 담 대신 높은 아파트가 들어섰습니다. 다칠 일도 없고 흙 묻을 일도 없이 번듯한 놀이터가 담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유치원에 다녀오면 집에서 책을 보거나 공장에서 만든 장난감으로 놉니다. 초등학생들은 학교를 마치면 학원가를 뱅뱅 돌거나, 끼리끼리 모여 아파트 상가를 기웃거리거나, 집에서 텔레비전을 봅니다.





지경애 작가는 이 책 [담]은 세상이 다시 옛날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펴낸 책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젠 그럴 수도 없잖아요. 이제 낮은 담이 사라지고 더 높은 담이 우뚝 솟은 세상에서, 그 옛날 담이 우리 아이들 마음을 안아 주었듯이, 걱정 없이 마을과 골목 여기저기서 뛰놀던 옛날이 아니기에 더욱더, 우리 아이들을 자유롭고 열린 마음으로 키우길 바라는 뜻을 담았습니다. 그렇게 키운 아이들이 자라면 언젠가는 담이 별들을 밤새 안아 준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평화롭게 안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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