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han0750

외로운 듯 쓸쓸한 날 | 어떤 날


누구나 한번쯤 겪어 보았을 그 ‘어떤 날!’

강아지처럼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난 어느 날, 참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점심때쯤이었지요. 먼지처럼 소리도 없이 노오란 햇살이 쏟아지던 마루에서였어요. 세상은 너무 조용했고 나는 혼자였습니다. 방 문을 열어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마당에 나가 이곳저곳 기웃거려 보아도 나를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들 어디 갔을까?

나는 집안을 휘익 둘러본 다음 마을로 나서 봅니다. 마을은 아무 일도 없는 날처럼 따뜻합니다. 이웃집 빨래는 가볍게 흔들거리고 어미 따라 나선 병아리는 종알거리지만, 마을 어디에도 사람이라고는 찾을 수 없습니다. 수아도 철수도 온데간데없습니다. 다들 어디 갔을까? 아, 맞다. 철수가 땅속에도 사람이 산다고 했지?


혼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성영란 작가는 자신의 첫 그림책 <어떤 날>에서 갑자기 혼자가 된 듯한 어떤 날을 여백 가득한 종이에 가벼운 연필 선으로 표현합니다. 종이는 한낮의 햇살을 받은 듯 빛이 바랬고, 연필 선은 손으로 닦아 내면 금세 손에 묻어날 것만 같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아이의 마음을 뜻하는 것일까요?

아이는 아무리 찾아보아도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을 생각하다가 문득 언젠가 철수가 했던 말을 떠올립니다. “땅속에도 사람이 살아.”

그제야 아이는 땅속이라는 세상을 떠올리고, 땅이라는 사물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귀를 기울여도 보고, 거꾸로도 보고, 발로 굴려도 봅니다. 사람이 아닌 하찮은 것이라 여겼던 땅을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하지만 아이는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하지요.

아이는 끝내 땅에 얼굴을 묻고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정말 심심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아이한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혼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다시 보이는 것들

세상의 시작은 보는 것에서부터라고 합니다. 이 말은 곧 평소에 보지 못하던 것들을 볼 수 있을 때 세상이 열린다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영란 작가는 <어떤 날>의 경험을 ‘특별했던’ 일이라고 기억합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고 말하지요. 아이는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사라졌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는 경험을 합니다. 이 아이한테는 정말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지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이 아이한테 가능했을까요? ‘정말 심심하다’ 느낀 경험이 이 아이한테 평소에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던 것들을 다시 보게 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지독한 심심함이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게 하고, 낡은 것을 새롭게보게 한 것이지요. 아마 이제 이 아이는 이미 철수가 경험한 ‘땅속에도 사람이 산다’는 말을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거예요.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으니까요.

이 특별한 어떤 날의 경험은 곧 세상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첫 단추는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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