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han0750

잠자기가 힘들어 | 비둘기가 구구구구

사랑스럽고 짤막한 시의 여운이 스며드는 그림책!

한번쯤 잠을 설쳐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그림책!

《커다란 구름이》, 《개미가 올라간다》에 이은 작가의 세 번째 그림책!


오늘 밤 깊이 잠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바치는 그림책

잠을 자려고 누웠습니다. 그런데 머릿속에서 비둘기가 자꾸자꾸 웁니다.

한 마리 또 한 마리 자리 잡더니 더 크게 울어 댑니다.

다시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습니다. 이번에는 고양이가 울어 댑니다.

빙글빙글 돌면서 구우 구우- 구우 구우 구우-

사랑스러운 이 아이는 오늘 밤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있을까요?

이해진 작가의 세 번째 그림책입니다.

첫 그림책 《커다란 구름이》는 크고 작은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을 시로 그렸고, 두 번째 그림책 《개미가 올라간다》는 토마토 줄기를 타고 오르며 노는 동물들을 시로 그렸습니다. 때로는 서정시로 때로는 은유시로, 우리 마음을 옥빛 구름에 빠져들게 하고, 동물들의 짓궂은 장난 때문에 눈을 질끈 감게 했지요. 세 번째 그림책은 잠 못 드는 밤을 시로 그렸습니다. 기나긴 밤을 뜬눈으로 보내야 하는 아이 마음으로 치자면 짧지만 짧지 않은 서사시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이는 무척 괴롭습니다.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 주고 싶은 얼굴이 온통 괴로운 모습뿐이니 보는 이의 가슴은 더욱 아파옵니다. 게다가 아이의 머릿속에 가득한 비둘기며 고양이며 매미는 또 뭘까요. 당장 빗자루라도 들고 가서 훠이훠이 쫓아내고만 싶습니다.

매미가 울어 대는 머릿속이 너무 괴로워, 아이는 그만 고래고래 소리를 칩니다.

“잔다구! 잘 거라구!”




이제는 정말로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쉽게 잠들 수 없는 밤인가 봅니다. 이번에는 매미가 눌러앉았을 때보다 더 많은 비둘기들이 온 머리를 가득 채웁니다. 꾹꾹꾹 누르고 눌러 눌러 눌러 봅니다. 이번에는 정말 잠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잠을 푹 자고 일어나서 내일 밝은 얼굴로 함께 놀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우리 기대가 아이 머릿속에 내려앉기를 기도해 봅니다.


머릿속 가득 답답한 모습을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할까?

그림책을 만드느라 몸과 머리를 많이 쓰고 나면, 이해진 작가도 쉽게 잠들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이 그림책은 이해진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자신의 이런 괴로움을 아이의 모습을 빌려 잘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림책 생각, 못난 생각, 잘난 생각이 머릿속을 빙빙 돌며 잠자리를 내주지 않는 안타까운 모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날의 괴로움처럼 그림도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지금의 그림 형식과 같은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이 그림책은 보통 그림책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기지 않고, 아래에서 위로 펼치는 책입니다. 그래서 아이의 머릿속이 점점 커 가는 모습을 알맞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머리 모양도 독특합니다. 비둘기나 고양이가 점점 늘어갈수록 아이 머리도 커 갑니다. 머리만 커 가는 게 아니라 마치 어떤 텔레파시가 멀리멀리 뻗어 가는 모습 같기도 합니다. 어디까지 뻗어갈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머릿속은 비둘기와 고양이와 매미의 텔레파시로 가득합니다. 아직 마음껏 못 놀았다며 아이를 깨우려는 뜻인지, 아니면 정말 잠을 못 자게 괴롭히겠다는 뜻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책장을 얼른 덮어 주고 싶습니다. 그래야 아이 머리도 작아지고 텔레파시도 멈추고 스르르 잠이 들 테니까요.


그 흔한 파스넷 좀 어디 없을까요?

이해진 작가는 그림도 너무 흔한 재료로 그렸습니다. 작가가 쓴 주 재료는 동네 문구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파스넷입니다. 짙푸른 파스넷만큼 잠들지 못하는 밤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재료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온 동네 문구점을 찾아다녔습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파스넷이었지만, 진청색만 따로 파는 곳은 없었습니다. 무조건 세트로 사야 했지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는 작가들과 아이 엄마들을 찾아다니며 남는 진청색 파스넷 좀 얻을 수 있느냐며 동냥 아닌 동냥을 해야 했지요.

형광 분홍으로 물든 비둘기와 고양이와 매미는 《개미가 올라간다》에서 썼던 펜으로 낙서하듯 그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진청색 밤과 형광 분홍이 서로 어울리며 아이가 그린 듯하지만 새롭고 멋진 그림이 태어났습니다. 또다시 네 번째 그림책을 기대해 보는 건, 작가의 바로 이런 아이다운 모습과 재치를 다시 만나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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